국내여행

문화비축기지 : 소풍가기 좋은 곳 (석유비축기지)

어디로갈까? 2018. 4.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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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 있는 문화비축기지. 

원래는 1974년 석유파동 이후 서울시에서 비상시를 대비하여 지은 유류저장시설이었다. 1급 보안시설로 시민들의 접근과 이용을 철저히 통제했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곳.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로 인해서 상암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하면서 1999년, 석유비축기지가 이전되었다. 2012년 리우회의에서 고건 전 시장이 박원순 시장에게 폐쇄상태였던 이 곳의 존재를 말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공개토론회와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거쳐 이 곳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총5개의 탱크 중 하나의 탱크는 원형의 형태로 남아있고 나머지 4개는 다양한 공간으로 변화되었다. 공간이 넓고 특이해서 흥미로운 곳이다.




오른편은 탱크4, 왼편은 탱크5

탱크4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내부의 공간을 살려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한다. 커다란 철문이 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부를 볼 수 있다. 조금 어두워서 사람이 없는 날 갔던 나는 좀 무서웠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간다면 더없이 좋은 곳이 될 듯하다.

탱크5는 이야기관이다. 석유비축기지가 어떻게 이용되어 왔고, 어떻게 설계되었으며 현재의 모습을 하기까지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탱크의 원형을 따라 다양한 기록을 볼 수 있다.



탱크4의 모습.



탱크5의 이야기관에 올라가는 계단의 조형물. 다양한 도시재생사례가 전시되어 있다. 각종 쓰레기들을 이용한 조형물에 미디어 전시가 재미있다.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옆에는 평화의 공원과 월드컵경기장, 난지도 공원도 가까이 있다.



탱크와 외벽사이를 볼 수 있는 탱크5. 옛시간을 탐험하는 것 같아서 흥미롭다.



여긴 탱크3. 석유비축기지를 조성한 당시 유류저장탱크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안내판에 써져있는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미래의 쓰임새를 위해 원형 그대로 보존합니다.

현재의 모습 그대로를 존중합니다.

손보지 않습니다.

깎아놓은 암반들이 풍화되어 가듯

모든 콘크리트 및 탱크구조물, 모든 인공은 

자연으로 동화되어 갑니다.

자연이 됩니다.

다가서지 않으며 먼 걸음 바라봅니다.


2014년 8월 설계초고



인공의 것들도 자연이 될 수 있다는 발상. 더군다나 개발시대의 잔재가 이런 역할을 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유럽에서는 오래된 건축들이 자연스럽게 거리와 풍경, 사람과 자연으로 동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우리도 점점 변화해가는 것 같다. 오래된 것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때론 미래를 위해 그대로 남겨두는 것. 이런 작은 시도들이 개발열풍에 몇십년때 휩쌓인 서울에 새로운 시도들이 될 수 있기를.




탱크2. 내부는 공연장, 상부는 야외무대이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모두가 휴게공간으로 이용된다고 한다. 탱크의 뒷쪽은 매봉산의 절개면이라 암벽의 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꽃이 만개하거나 가을의 단풍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탱크1. 석유비축기지에 존재하는 탱크 중 가장 작은 탱크이다. 약간의 경사면을 따라 올라가면 탱크1의 내부에 들어갈 수 있는데 이렇게 유리로 되어있다. 내가 갔을 때는 <화유기, 천계로 향하는 계단> 전을 하고 있었다. 드라마 <화유기>에서 천계로 나오는 곳이다. 문화비축기지에서 촬영한 줄은 몰랐는데 우연히 드라마 촬영장에 오니 또 기분이 새롭다. 탱크1 역시 매봉산의 절개면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눈이 오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 탱크1은 다양한 전시공간으로도 사용된다.  


탱크6. 탱크6은 커뮤니티 센터이다. 탱크1과2에서 해체된 철판을 사용해서 재활용한 건물로 사무실과 강의실, 카페가 있다. 지하의 카페가 넓었다. 분위기도 좋아서 혼자 온 사람에게도 좋은 공간이 될 것 같았다. 다만 커피가 좀 비싸다는 점 ㅠ 공정무역커피를 사용한다고 하니, 제값을 지불했다고 믿으며 한잔했다. 


여기가 카페. 뒷쪽으로도 더 넓은 공간이 있다. 지하이지만 경사로에 있기 때문에 이쪽에서는 지상처럼 보이지만 반대편에서는 탱크의 외벽 안쪽을 볼 수 있다. 탱크 안에 카페라니. 어쩐지 묘한 느낌이 든다. 



문화비축기지의 넓은 마당을 두고 반대편에는 이렇게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이 입주해있다. 주말마다 신나는 놀이 프로그램을 한다고 하니 아이들과 함께 주말 소풍을 기획해보면 좋을 듯하다. 마당도 크고 넓직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기에도 좋을 듯 하다.



탱크3으로 가는 잔디언덕에서는 마음껏 뒹굴어도 된다고 하니 아이들에게 너무 좋을 듯. 전체적인 구조가 계단보다는 경사로를 활용했기 때문에 유모차나 휠체어도 진입이 가능한 무장애길이다. 유모차는 입구 안내동에서 대여 가능하다. 주차공간은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근처 월드컵경기장역(6호선)을 이용하면 좋을 듯 하다.


문화비축기지에서 매봉산 산책로 진입도 가능하다. 30분 코스로 문화비축기지와 월드컵경기장까지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시민의 출입이 통제되었고 1급보안시설에서 시민의 아이디어로 이런 공간이 탄생하다니. 시민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이 공간은 지금쯤 무엇을 위한 공간이 되었을까? 어렵고 더디지만 시민들과 함께하는,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공간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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