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과 하바롭스크 시내 사이에는 중앙묘지가 있다.
지금까지도 하바롭스크 사람들이 죽으면 묻히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다.
내가 갔을 때에도 한구의 운구차와 그 차를 뒤따르는 여러대의 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한국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 이유는, 스탈린 대숙청 시기에 희생된 한인들을 기리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작은 러시아정교회 사원이 있는데 이곳이 스탈린 대숙청시기에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곳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공사중이라 안에 들어가 볼 수 없었고
밖에, 정교회 사원을 둘러싼 비석에 씌여진 이름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문이 닫힌 정교회 사원.
그리고 양옆으로 죽 늘어선 비석.
이 비석 앞뒤로 여러 이름들이 씌여져 있는 한인들의 이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소련 전역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스탈린 대숙청 시기에 간첩혐의와 반혁명 혐의로 숙청당했고
소수민족들은 강제이주까지 이어지는 고난을 당한다.
하바롭스크 중앙묘지에 있는 이 사원과 희생자의 이름이 씌여진 비석은 당시 희생자를 위한 것으로
하바롭스크 지역에 살던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져있다.
한인들의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유는 하바롭스크를 포함한 연해주 일대가 독립운동의 근거지이자 한인들의 생활터전이었기 때문이다.
중앙묘지는 공원이라고 할 정도로 넓었다.
넓은 부지에 각양각색의 비석과 묘지가 있었다.
어떤 묘지는 잘 관리되어 있었지만 어떤 묘지는 방치되어 있어서 복잡한 분위기를 띄었다.
비가 많이 와서 한인의 이름이 새겨진 묘지는 찾지 못했고, 다만 비석에 씌여진 한인의 이름만 읽어보았다.
박씨성을 가진 사람들.
이름 없이 성인 '박'으로만 표기된 것도 여럿이었다.
이름도 없이 죽어간 희생자들을 위해 국화꽃 한송이를 두고왔다.
1930년대, 하바롭스크에 살던 한인들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떤 꿈을 갖고 살고 있었을까.
독립운동을 하거나, 열렬한 사회주의자로 살아가고 있거나,
장사를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가르치는 일을 하거나,
음악가이거나, 기술자이거나, 시나 소설을 쓰거나,
농사를 짓거나, 아직은 하는 일 없이 우렁찬 꿈을 꾸어 보거나,
그런 사람들의 일상이 어땠을지 잠깐 상상해보았다.
아, 카프의 문학가였던 조명희의 이름도 새겨져있다.
많은 사람들이 조명희의 이름을 보기 위해 오는 것 같은데 러시아어로는 Чо Мёнхи 혹은 чо мен хи 라고 쓴다.
과거에는 이 묘지에 조명희의 비석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조명희 유적지와 관련해서는 블라디보스톡편에서 좀 더 자세하게 써봐야지.
덧) 스탈린대숙청시기 한인의 역사와 관련해서는 <유라시아 고려인 150년> 이라는 책이 상세한 편이고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는 스탈린 대숙청 시기 전반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있다.
여행가기 전에 읽고 가면 좋을 듯하다.
트램 1번이 가장 빠르고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이고,
버스로도 갈 수 있다. 구글맵을 이용하면 다양한 교통편 정보를 제공하니 구글맵 사용을 추천한다.
트램이나 버스에서 내리면 꽃을 파는 가게가 있다.
국화꽃 한송이로 희생자들에게 마음을 전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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