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브 광장.
하바롭스크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위치한 이 광장은 구원의 성당 옆에 조성되어 있다.
세계제2차대전은 많은 희생자를 낳기도 했지만 소련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승리의 역사이자 자랑스러운 역사이기도 하다.
구소련 지역 곳곳을 여행하면서 당시 희생자를 기리는 영원의 불꽃과 비석, 이런 광장을 만날 수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뒤로 보이는 것이 구원의 성당.
러시아에서는 3번째로 큰 정교회 성당이라고 하는데
유럽의 큰 가톨릭 성당과 비교하면 그런 수식어가 조금 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크기와 상관없이, 하바롭스크를 찾는 여행자라면 이 곳을 꼭 추천해주고 싶다.
시도때도 없이 지역 사람들이 들어와서 성화에 기도하고 입을 맞추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각각 간절한 마음을 담은 초를 바치는 모습 등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지사람들의 생활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곳이다.
종종 나도 나의 바램을 담아 초를 하나 켜두기도 한다.
내부는 사진촬영 금지라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안에서는 자원봉사자 같은 사람이 설명해주겠다고 다가오기도 했는데 우리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안에 가게에서는 사람들이 기도내용을 적는 종이나 작은 이콘화같은 것을 팔기도 한다.
나는 정교회 성당에 갈 때 여자들이 반드시 써야하는 머리두건을 샀다. 검정색 얇은 스카프를 사고 싶었는데 마침 여기에서 저렴하게 팔길래 득템.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입구에 두건들이 많이 있으니 그걸 쓰고 나올 때 다시 두고 나오면 된다)
그리고 길다란 탑에는 노동영웅과 훈장을 수여받은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성당을 뒤로하고 바라본 보습.
1941-1945 라고 적혀진 커다란 비석이 있다.
이 비석 뒤에 영원의 불꽃이 있다.
영원의 불꽃 맞은 편에는 이런 비석도 있는데
세계제2차대전 이후, 세계의 전쟁에 참전해 희생된 하바롭스크 지역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쟁도 있다.
뭐랄까. 전쟁이 일어났을 때 개입하는 것은 국가, 참전하는 것은 개인. 그 간극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개인의 희생을 국가의 입장에서 다루는 방식이 이런 것 밖에 없다는 사실이 조금 씁쓸하다.
여행을 하다보면 만나게 되는 사람 중에는 전쟁으로 인해 가족을 잃거나, 전쟁을 피해 다른 나라로 온 난민들도 있다.
전쟁을 읽을 때, 어떤 부분에 촛점을 맞추어 읽어야 할지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면 분명해진다.
이런 기념비만으로는 전쟁을 정확하게 읽을 수 없다.
그리고 영원의 불꽃.
영원의 불꽃을 각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비가와도 눈이와도 이 불꽃은 절대 꺼지지 않는다.
뒤로는 여러명의 이름이 새겨진 거대한 비석이 있는데 아직도 채워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전부 2차세계대전에서 희생된 하바롭스크 지역 사람들의 이름이다.
전쟁에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나도 짧은 묵념을 했다.
커다란 비석 뒤로
순수의 성당이 보인다.
반짝반짝 빛나는 쿠폴의 모습과 어두운 비석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맞은편에 있는 기념비를 보니,
지구본에 참전한 지역이 별로 표시되어 있다.
수많은 이름들 사이로 걸으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곳은 전쟁의 역사를 기록해놓은 공간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사람들을 무얼보고 무얼 읽는지 궁금하다. 음, 가끔은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한국여행 패키지에도 여기가 필수적으로 들어가 있는데
그냥 역사 속의 한 장면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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