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톡의 8월은 비가 많이 온다.
미친듯이 퍼붓는 비는 아니지만 추적추적내리고 안개가 껴있어서 여행하는 사람들은 종종 곤란에 빠진다.
덥지 않다는 장점도 있지만 전 일정에 비가 그렇게 온다면 반갑지만은 않다.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한 첫째 날, 다른 계획이 있었지만 비가 와서 실내 일정으로 변경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블라디보스톡 향토박물관.
러시아의 각 지역에는 지역의 환경과 문화를 소개하는 향토박물관이 있다.
블라디보스톡의 향토박물관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는데
마침 발해 유물전을 한다고 해서 당장 발걸음을 옮겼다.
정식명칭은 아르세니예프 국립 연해주 박물관이다.
극동지역의 탐험가이자 과학자이며 작가이기도 했던 아르세니예프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입장료가 400루블, 우리 돈으로 8,000원이니 비싼 편이다.
대부분의 국립박물관의 입장료가 거의 무료나 다름없는 우리나라 사람에겐 더더욱 ㅠ
한국사람들이 블라디보스톡에 얼마나 많이 가는지, 웹사이트도 한국어로 지원된다.
지도와 웹사이트는 블로그 하단 참조!
박물관 브로셔도 한국어로 지원된다.
들어가자 마자 오른편에는 블라디보스톡의 식물과 새의 박제가 전시되어 있다.
하바롭스크에 비하면 규모는 엄청 작은편.
극동지역의 다양한 식물과 곤충을 소개하고 있지만
러시아어라 그냥 슥 보기만 한다.
그리고 새.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에 바다새들의 종류가 많이 보인다.
역시 이름은 러시아어라 알 수가 없다.ㅠ
여기가 발해의 유물을 전시하는 전시관이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발해의 유물들을 러시아에서 보는게 감회가 새롭다.
발해의 표기를 BoHai 라고 쓰고 있었다.
발굴 당시의 영상도 계속 틀어준다.
여긴 에스쿠이 왕자의 무덤.
12세기 중반, 금나라 왕자 에스쿠이의 무덤을 발굴한 것이라고 한다.
비석은 중국어, 몽골어와 여진어로 비문이 표기되어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2층으로 올라가면 고대 유물 전시가 이어진다.
각종 도자기와
돌화살 등 돌을 이용한 유물과 청동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선사시대부터 중세시대까지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연해주지역에 그 기반을 두었던 말갈과 발해, 금나라 등의 유물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한번씩 본 것 같은 청동검이나 청동거울도 보인다.
빠질 수 없는 소수민족에 대한 전시!
한국어로된 설명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소수민족 전시는 어딜가나 흥미롭다.
소수민족의 그림으로 만든 옷, 너무 귀엽다.
의례에 쓰이던 각종 도구들
극동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나나이족과 오로치족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긴 러시아가 동방 진출을 하면서 적은 기록과 각종 자료가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서랍을 열어보면 또 다양한 전시물이 나오는데
러시아 말을 모르니 좀 아쉽.
보니까 박물관을 방문한 사람의 90퍼센트가 한국인이던데..ㅠ
극동지역에 진출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주는 전시가 이어진다.
농노제가 폐지되면서 러시아에서는 극동지방으로 이주하는 이주민의 숫자가 늘어나는데
그런 과정과 그들이 생계로 삼았던 농업에 대한 유물을 볼 수 있다.
참고로, 극동이주촉진을 위해 러시아 정부는 이주 농민들에게 토지를 지급하기도 했었는데
1872년 한인들 역시 토지를 부여받았다. 블라고슬로벤노예, 우리 말로는 축복의 땅이라는 이름의 한인정착촌 역시
러시아의 극동이주촉진을 위한 정책의 수혜자였다.
여기에는 농업 뿐만 아니라
당시 연해주 지역의 사업과 무역에 관한 전시도 함께 있다.
여긴 내전시기의 전시.
내전시기 기록과 개인의 소지품들이 유물로 전시되어 있다.
재일 재미있을 것 같은 곳인데 이미 지쳐버려서 자세히 보지 못함 ㅠ
3층으로 올라가면 니콜라이 나자로프의 사진전이 이어진다.
니콜라이 나자로프는 1920년 블라디보스톡으로 이주한 사진보도기자로 블라디보스톡의 다양한 면을 촬영한 사람이다.
사진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러시아의 극동 개척과 관련된 사진, 국경과 국경분쟁에 관한 사진, 블라디보스톡의 산업과 과학에 대한 사진
소수민족들의 사진, 도시의 다양한 모습 등 별 설명이 없어도 흥미로웠던 곳
가장 인상깊었던 소수민족의 사진.
그리고 엘리너 프레이의 편지를 담은 전시.
엘리너 프레이는 미국여성으로 편지로 당시 블라디보스톡의 모습을 남겼다고 한다.
36년간 블라디보스톡에 거주하며 혁명과 전쟁, 내란을 겪었다.
당시 도시의 모습, 시민들의 삶과 일상에 대해 쓴 편지가 16,000쪽에 달한다고 한다.
그녀의 편지가 당시를 이해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자료인지 짐작할만 하다.
여기보면 고려인으로 짐작할만한 사람들의 사진도 나온다. (복장으로 유추)
블라디보스톡 굼백화점 근처에는 그녀의 동상도 있다.
마지막은 러시아의 직물 전시.
이바노보와 그 부근에서 생산된 천은 러시아를 비롯해 중동과 중앙아시아에 수출되었다고 하는데
말하자면 직물의 도시인셈.
여성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직물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도시에서 생산된 직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3층의 규모로 전시의 규모도 스펙트럼도 넓었지만 역시나 아쉬운 것은 언어 ㅠ
그나마 한국어 브로셔를 제공해주어서 더듬더듬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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