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이야기하려고 하면, 먼저 큰 숨을 고르게 된다. 4년이 지났는데도 그 때와 똑같이 아프다. 100년쯤 살면, 그 때에는 아프지 않고 말할 수 있을까?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직후,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학생들의 교실은 추모공간이 되었다. 가족과 친구, 참사의 과정을 생중계로 목격했던 사람들은 단원고 교실에서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했다. 자리마다 남겨진 편지위에는 눈물자국이 가득했다.
교실존치문제가 대두되었다.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단원고와 교육청은 ‘교육정상화’라는 명목으로 세월호에 탑승했던 학생들의 교실을 치우기를 원했다. 시민사회단체와 교육청, 단원고, 많은 시민들의 실랑이 끝에 결국 세월호 교실은 옮겨졌다. 수학여행 중인 학생들을 지키지 못했던 교육청과 단원고는 결국 기억교실조차도 지키지 않았다.
시민단체와 유가족협의회의 노력으로 4.16안전교육시설이 완공되기까지 단원고 교실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이전하는 협약식을 맺었다. ‘단원고 4.16기억교실’은 지금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자리잡고 있다. 가족과 친구들이 남긴 메시지와 시민들의 마음도 일부 옮겨졌다.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당시의 교실을 일부 구현하여 개방하고 있다.
교육의 현장에서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어떤 교육을 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깊이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세월호의 기억교실을 남겨둔다는 것은 다만 추모의 공간만을 남겨두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가만히 있으라’ 라고만 가르쳤던 교육의 현실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되돌아봐야 한다.
그리운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단원고 4.16기억교실에 매일같이 찾아오는 엄마와 두 동생의 편지가 한 학생의 방명록을 가득 메웠다.
보고싶다. 그립다. 사랑한다. 꿈에라도 나타나주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희생된 동생이 너무 보고싶었던 언니가 남긴 편지,왜 살아있을 때 우리는 사진 한 장 같이 찍지 않았을까? 보고싶은데.. 입고 싶은 옷을 빌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얼마나 무서웠을까. 미안해. 사랑해.
아직도 밝혀진 것이 없어서 4년 내내,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마음을 다 잡아야만하는 일상. 언제쯤이면 치열한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추모할 수 있을까? 아직 아무도 제대로 알고있는 사람이 없는데 왜 어떤 이는 지겹다고, 그만하라고 하는걸까?
안산시 단원구에도 지방선거의 바람이 분다. 어떤 이들은 화랑유원지에 조성될 4.16 안전공원을 백지화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들은 말한다. “화랑유원지를 살려주세요.” 2014년, 세월호에 탔던 사람들이 했던 말과 같다.
어떤 빌라에서는 세월호납골당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그들이 반대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들은 정말, 세월호에 탑승했다는 이유만으로 바다 속으로 사라져가야만 했던 304명을 위한 공간 단 1%도 내어줄 마음자리가 없는걸까?
4.16 안전공원은 화랑유원지의 전체면적 중 1% 내외를 차지하게 될 예정이다. 단원고 아이들이 뛰어놀았던, 그들의 삶이 새겨져 있는 공간에 추모공간과 더불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반성의 공간이 함께 생겨날 예정이다. 또한 미래에 대한 각오의 공간이기도 하다.
베를린 유태인 지구를 여행했을 때, 집 앞 길마다 사람의 이름이 새겨진 보도블럭이 박혀져있었다. 이 집에 어떤 이가 살았었는지를 알려주는 표식이다. 그들은 모두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이다. 도심 가운데 있는 티어가르텐 공원 옆에도 유대인학살 추모공원이 넓게 자리잡고 있다. 베를린 장벽 옆 박물관에도 독일이 저질렀던 일에 대해 반성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렇게 애써도, 독일에서는 그 때를 추억하는 극우세력이 존재하며 때때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기도 한다. 독일사회는 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극우세력의 기억과 싸우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기억은 투쟁이다.
우리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진실을 위해서도 싸워야 하지만 기억하기 위해서도 싸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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