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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핀란드

[핀란드 노동조합] 우리에겐 노동조합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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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개구리발톱만큼 오르던 최저임금이 2018년에는 17.6% 오를 예정이다. 눈에 띄게 오른 비율에 기뻤지만 씁쓸하기도 했다. 노동자의 권리가 약한 나라에서나 존재하는 것이 최저임금제도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에 일희일비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내가 여행했던 핀란에는 최저임금제도가 없다. 핀란드 뿐만 아니라 덴마크, 스웨덴 등 노동자의 권리가 강하고 노조가입률이 높은 북유럽 국가 대부분이 최저임금제가 없다. 핀란드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는 노동조합이다. 핀란드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67%로 세계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2015, 유하 시필레 핀란드 총리가 공휴일 및 인건비 감축 내용을 담은 정부예산삭감안을 발표했다. 노조는 23년만에 총파업을 벌였다. 단 하루의 총파업에 정부가 예산삭감안 폐지를 선언했다. 우리나라처럼 목숨걸고 단식하거나 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지 않아도 노동자의 목소리가 정부까지 전해진다. 총파업에서는 서비스, 제조업, 은행 등의 일반노동자 뿐만 아니라 철도와 버스, 우체국등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노동자와 교사, 경찰 등도 참여했다. 비난과 무관심으로 노동자를 조롱하는 우리나라언론과는 달리 핀란드의 언론은 총파업의 이유를 조목조목 안내했다. 공휴일단축과 임금삭감만으로 온 나라 전체가 떠들법석한 핀란드가 조금 부러웠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이었다. 실제로 핀란드의 국가부채율과 실업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핀란드의 재정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2015년의 파업 이후 1년 간, 노동조합과 정부는 협상을 벌였다. 노동조합은 임금을 동결하고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것에 동의했다. 노동환경에 있어서 퇴보적합의였다. 중요한 것은 그 합의과정에서 노동조합이 큰 무게중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중요한 정책들이 노동조합과 함께 이루어지는 핀란드. 그 의무와 권리에 대해서 잘 알고있는 핀란드의 노동조합.

 

1800년대부터 이웃한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던 핀란드는 러시아혁명으로 인해 독립을 인정받았다. 당연히 사회주의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강한 사회적연대감도 핀란드에서 노동조합조직율이 높은 이유이다. 그러나 노조가 만들어낸 두가지 시스템의 힘도 간과할 수 없다. 실업보험(한국의 고용보험)을 공공기관이 아닌 노동조합에서 관리하고 운영하는 겐트(Ghent)시스템과 TUPO라고 불리는 노사정위원회가 그것이다.

 

벨기에의 겐트지방에서 유래한 겐트시스템은 핀란드 뿐만 아니라 덴마크, 스웨덴, 벨기에를 비롯한 노조조직율 상위권의 나라들이 운영하는 공통적인 시스템이다. 노동조합이 운영하고 관리하는 실업보험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 사람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선택한다. 실업하게되면 최장 16개월까지 노동조합으로부터 임금의 60~70%에 해당하는 실업급여를 받는다. 그리고 노동조합에서 지급하는 실업급여제공기간이 끝나면 국가로부터 16개월 간 기본실업수당 560유로를 받을 수 있다. 실업을 하더라도, 3년간은 안정적으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를 벌든 560유로의 기본실업수당을 지급하는 정부와 달리, 노동조합이 운영하는 실업보험은 임금의 60~70%를 지급한다.

 

TUPO는 핀란드의 중앙임금정책협약이다. 핀란드에는 3개의 노동자단체가 있다. 노동자단체와 고용자단체와의 자율적 협상에 의해 임금이 정해지는데 여기에서 정부는 법제화역할만을 한다. 세계 경제 포럼 (World Economic Forum)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임금협상시스템을 갖고 있는 나라로 핀란드를 꼽는다.

 

SAK

STTK

Akava

서비스, 제조업, 일반노동자

전문직노동자

(회계사, 금융, 변호사)

고등교육기관 및 연구기관 종사자(대학원생 등)

21개의 산별노조

18개 산별노조

35개 산별노조

<참고> 핀란드의 노동자단체

 

그러나 핀란드 노동조합에도 위기는 있다. 1992, 정부는 실업보험을 운영하는 새로운 기금을 조성했다. 노조에 가입하는 것보다 이 기금에 가입하는 비용이 더 저렴하다. 고용자단체와 우파정당은 겐트시스템을 흔들고 있다. 2007년에는 고용자단체가 산별노조와 임금협약을 시도했다. 아직은 산별협약으로 노동자단체가 약화될 것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지만 고용자단체는 노동조합을 힘을 분산시키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탄탄한 복지제도로 인해 젊은층이 노동조합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노동조합의 위기다. 그러나 핀아직까지 70%에 가까운 노조조직률은 핀란드의 탄탄한 복지제도가 노동조합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는 반증아닐까? 노조가 강해야 복지가 발전할 수 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복지제도를 가진 나라에서 노조조직률이 높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핀란드의 탄탄한 복지제도를 깨트리려는 우파에 대항해서 노조의 힘을 계속 길러야하는 것 또한 핀란드가 해결해야할 숙제이다.

 

정책의 중요한 결정과정에서 노동자가 합의의 주체가 되는 나라. 모든 사람들을 위한 사회복지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나라. 그 것은 노동조합의 힘이 강해질 때에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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