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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인도

인도여행 : 바라나시에 도착!

바라나시 입성, 그리고 사이바바의 생일 (2011. 11. 23) 

 

바라나시에 왔다. 

맥간의 추운 날씨를 벗어나니 좋기는 한데 습하고 더운 기운이 다시 몰려온다. 

새벽부터 낀 안개 덕분에 아그라-바라나시 열차는 7시간이나 지연되었는데 델리-바라나시 열차를 타고 온 여행자들은 12시간이 넘게 지연되었다며 7시간 지연된 우리의 경우가 나쁘지 않다고 추켜세운다. 인도의 열차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 할 기회가 있겠지만 정말이지 마음을 비워야지 별다른 방법이 없다.

 

 

 

 

어쨌든 나는 성스러운 갠지스 강이 흐르는 바라나시로 왔고, 시간은 어느 덧 흘러 1123일 내 생일이 되었다.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전화라도 하고 싶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에게는 국제전화도 사치에 불과하다. 그런데 웬걸. 호텔에 머무르는 서양인 할아버지가 나에게 오늘 강가(갠지스강)에서 페스티벌이 있다면서 무료로 식사를 준다고 하니 꼭 가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여기 바라나시에 온지 이틀 밖에 되지 않았고 웬지 강가에서 주는 무료음식이 미덥지 못하다. 설마 세상에서 더럽다고 소문난 갠지스강 물로 음식을 해서 대접하는 건 아닐까? 그 음식을 먹으려면 적어도 며칠 간 폭풍설사에 시달릴 각오를 해서 먹어야 될 것이라고 혼자 읊조린다.

 

 

어쨌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바라나시의 미로같은 골목길을 헤치고 강가로 나갔고 너무 저녁 늦게 간 탓인지 몇몇 사람들이 있는 것 말고는 고요했다.

 

이게 무슨 페스티벌이야.



 

 

그런데 한쪽에 천막이 쳐져 있었고 과연 음식을 나누어주는 곳이 있었다. 사람들이 거의 왔다갔는지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간 우리 일행을 보고 인도사람들이 자리에 앉히고 먹을 것을 가져다 준다. 나는 이미 저녁을 먹은 상태라 배가 불렀고 역시나 음식들이 미덥지 못했기 때문에 사양했다. 그런데 또 음식을 보니 굉장히 맛있어 보인다. 잎으로 만든 접시에 인도 전통음식이 가득 담겨 나왔다.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친구가 먹는 걸 빼앗아 먹었는데 헐................ 너무 맛있었다. 결국 나는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친구 것을 거의 다 빼앗아먹고 리필 받아서 또 먹고야 말았다. 맛있는데 뭐. 설사따위야 나중 문제야. 인도 사람들은 허겁지겁 맛있게 먹는 나를 보면서 웃는다. 나도 웃었다.

 

 

맛있게 다 먹고 나서 나는 그 사람들에게 이거 혹시 갠지스 강의 강물을 끌어다 만든 음식이냐고 물어보니 아주 정색을 하면서 아니라고 한다. 여기 사람들도 갠지스 강의 물은 더러워서 먹지 않는다면서. 먹으면 안된다고 한다. 역시나. 갠지스 강의 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외국인들의 오해에 불과했던 것이다. 

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공짜로 주냐는 말에 오늘이 바로 사이바바의 생일이라고한다.

 ...바 

힌두의 종교지도자. 살아있는 신. 

수많이 신이 있고 수많은 종교지도자들을 가지고 있는 인도에서도 사이바바는 굉장히 유명하고 추종자도 많다. 병원이나 학교, 자선단체를 설립했고 아픈 사람을 치유하는 기적을 행한다고 해서 따르는 사람이 많다. 80억불에 해당하는 재산을 남기고 후계자도 없이 자신이 곧 부활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인도의 많은 사람들 역시 그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사이비라고 했음직한 일들이 인도에서는 '종교'라는 이름 하에서 자유롭다. 인도의 종교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대 사이바바는 금을 내뱉기로 유명하다. 

 

어쨌든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시바신을 비롯한 많은 힌두신들과 함께 질리게 보는 사이바바의 생일이 바로 나와 같은 날이었던 것이다. 나는 대뜸 그 사람들에게 오늘 나의 생일이라고 하고는 억지로 축하를 받아내고는 뿌듯해했다. 사이바바 덕분에 생일상을 이렇게 푸짐하게 받아보는구나.

 바라나시의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