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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인도

인도여행 : 인도에서 악기 배우기

바라나시는 인도에서도 음악으로 꽤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배우기 위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바라나시에는 장기 여행자들이 많이 머물기도 하는데 그 중에는 악기를 배우기 위해 오래 머무는 여행자들도 많이 있다. 바라나시의 좁은 골목골목마다 울려퍼지는 악기소리를 들으면 나도 한번 배워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든다.

  

나는 바라나시에서 20여일 간 머무르면서 젬베를 배웠다. 원래는 인도의 전통악기인 타블라를 배우고 싶었지만 타악기를 처음 다루는 나에게는 조금 무리다 싶은 생각도 있었고 짧은 기간에 배우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 젬베 선생님은 바라나시 킹 '닷타'그루지였다. (그루지는 선생님이라는 말)

함께 여행하는 아이가 한국에서 음악활동을 꽤 하였는데 함께 음악을 했던 친구들 중 한 명이 인도에서 닷타그루지에게 타블라를 꽤 오랫동안 배웠다고 한다. 닷타그루지의 집에 찾아가 만나보니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대단하신 분이었다.

 결국 바라나시 골목 수많은 사람들이 호객을 하면 자신에게 음악을 배우라고, 전문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나는 닷타그루지를 내 첫 젬베선생님으로 모시게 되었다. 관광객의 입맛에 맞추며 온갖 사탕발림을 하는 사람들보다 곧은 자존심으로 자신의 음악 철학을 말하는 닷타에게 신뢰감이 갔기 때문이다. 

 

 

#닷타 선생님의 소개

 

1.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자존심이 굉장히 강해서 음악을 배우는 동안만큼은 진지하다.

 

 

2. 저렴한 강습료

바라나시의 대부분의 교습소에서의 강습료는 시간 당 100~200루피 정도이지만 (흥정가능) 닷타는 학생들에게 너희가 낼 수 있는 만큼 수강료를 내라고 한다. 돈이 없다면 그냥 와서 배워도 좋다고 이야기 한다. 나 같은 경우는 그냥 다른 교습소 수준에 맞춘다고 100루피를 내겠다고 했더니 굉장히 좋아하셨다. 하지만 다른 곳처럼 시간 당 페이가 아닌 하루에 100루피 였다. 하루 100루피에 자기가 연습하고 싶은 만큼, 배우고 싶은 만큼 배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학생이 많아서 다음 시간이 있거나 닷타가 약속이 있는 경우는 제외)

 

3. 1:1교습

대부분의 교습소에서는 선생님 한 명에다가 여러 명의 학생이 자유롭게 수업을 받는다. 정해진 시간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자기가 오고 싶은 시간에 왔다갔다. 그래서 굉장히 정신이 없다. 닷타는 1:1을 무조건 고집한다. (그렇지만 누구든지 자유롭게 들어와서 레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4. 친구같은 선생님

수업을 하는 동안에는 선생님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수업이 끝난 후 '우리는 친구'라고 이야기 한다. 인도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뿐더러 가족들도 우호적이다. 특히 닷타가 키우는 개 럭키는 정말 우호적이다 ㅋㅋ 마지막 날에는 식사에 초대되어 인도의 가정식도 함께 먹었다.


 

5. 뛰어난 타블라 실력

인도인 제자들까지 있을 정도이니 실력에 대해서는 두 말할 필요없다. 닷타가 타블라를 치는 모습을 보면 입이 벌어진다. 굉장한 타블라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닷타그루지는 타블라 음악가이지만 어떤 타악기든지 쉽게 잘 다룬다. 나 역시 전문적으로 배울 것이 아니라 리듬을 배우고 싶었기에 닷타에게 젬배를 배울 수 있었다.

사실 바라나시에서 닷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길에서 닷타를 찾으면 커미션을 받는 많은 사람들이 진짜 닷타가 아닌 가짜 닷타에게 학생들을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닷타는 커미션을 받는 호객꾼이 데려온 학생은 절대 가르치지 않는다. 자신의 자존심 때문이기도 한데 커미션 때문에 가르치게 되면 자기가 돈 때문에 음악을 하게 될까봐 그런다고 했다. 어쨌든 그런 이유 때문에 최근에 닷타의 학생 수는 땅바닥을 치고 있다. 내가 찾아가기 전에도 몇 달 동안 한 명의 외국인 학생도 가르치지 못했다고 한다.

 

#닷타그루지의 집 찾아가기

닷타 그루지의 집을 찾아가는 방법은 쉽다. 바라나시를 여행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샨티 레스토랑을 알 것이다. 몰라도 가이드 북에 다 나와있다. 샨티레스토랑을 지나쳐 쭉 가면 된다. 그러면 타블라가 그려진 집이 있다. 그 집이 닷타의 집이니 문을 두드리고 닷타그루지를 찾으면 된다. ""이 알려줘서 찾아왔다고 하면 더 반갑게 맞아 줄 것이다. 만약에 이 글을 보고 닷타그루지를 찾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내 안부를 전해주길 ㅠ

 


어쨌든 바라나시에 머물면서다른 곳에서 음악을 배우는 한국인들을 많이 만났지만 대부분 만족하지 못했다. 시간만 때우려 한다느니, 한 번에 여러 학생을,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악기를 가르친다느니 그런 불만이 많았다.

 

그렇지만 나를 비롯해서 함께 여행한 친구들 모두 닷타와의 수업에 꽤 만족했다. 그 중 한 명은 다타에게 수강료를 다 내지 못한 경우도 있었지만 닷타는 쿨하게 괜찮다고 했다.

 

한 번 와서 닷타에게 배웠던 사람들도 나중에 또 찾아오고 결혼하고 편지도 보내고 자신들의 아이들 사진도 보내는 걸 보면서 선생님과 학생 이상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바라나시에서 악기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닷타그루지를 한 번 만나볼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날 닷타그루지가 헤어지는게 아쉽다면서 준 선물. 힌두교의 사라스와티여신상. 사라스와티는 음악의 신이다.

그리고 닷타의 명함.

젬베도 가르치지만 타블라는 정말 최고.

누구든지 인도의 전통악기 타블라를 배우고 싶다면 닷타를 추천하니 명함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