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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탈리아

바티칸 _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

 

어마어마한 규모의 기둥. 바로 바티칸 시국을 감싸는 기둥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 교황이 사는 나라로 알려진 바티칸은 이탈리아 로마에 있다. 고대로마인의 젖줄인 테베레 강 옆에.

사실 이런 역사적 사실도 참 재미있다. 바티칸 시국이 세워진 바로 이 땅은 고대로마의 대전차경기장이 있던 터이다. 로마의 가장 악덕한 황제라고 알려진 네로는 지금의 바티칸과 겹치는 곳에 자신의 대전차경기장을 세운다. 시와 음악을 사랑했던 황제라고 알려져있기도 한 네로는 검투경기나 대전차경기도 꽤 즐겼다고 한다. 네로에 관해서는 하고싶은 말이 많지만 여기서는 생략. 어쨌든 대전차경기에 꽤 심취해있었던 네로는 이 자리에 대전차경기장을 만드는데 지금 로마에 남아있는 대전차경기장보다는 작은 규모였지만 네로 스스로가 바티칸의 대전차경기장에서 연습을 했다고한다. 말이 끄는 전차경기라고 쉽게 단정해버리면 로마시대의 대전차경기를 상상하기 힘들어진다. 네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의 속도는 아마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이다. 더군다나 네마리라니. 그 중에 한마리라도 다른 말들의 속도에 맞추지 못한다면 대전차는 어김없이 날아가버릴 것이다. 그런 쾌감을 즐겼던 네로와 로마시민들을 생각하니 조금은 아찔하다. 네로는 스스로 연극무대에 서거나, 음악제에 나가거나 검투사시합에 나가는 것을 즐겼다고 알려져있다. 그러기위해서 스스로 부단히도 노력했다고 하는데 바티칸 밑에 있었던 대전차경기장 또한 그의 그런 노력 중 하나이다. 성베드로대성당이 세워진 밑에는 네로시대에 사형장과 무덤이 있던 자리였고 거기에서 베드로가 사형을 당했다. 그 장소 위에 성베드로대성당이 세워진 것이다. 역사는 참 재미있다. 네로의 야심만만한 대전차경기장은 흔적도 없어져버리고 네로에게 사형당한 베드로의 이름을 딴 성당이 세워지다니.

 

바티칸시국의 역사는 길지 않다.

이탈리아가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독재체제를 굳히기 위해서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대부분이 믿는 가톨릭의 힘이 필요했고, 당시의 교황과 무솔리니사이에 라테란 협정으로

생겨난 나라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무솔리니는 교황의 인정을, 교황은 나라를 얻게 된 그런 협정.

 

 

배경이 어찌되었건 간에 꼽을 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하기 위해 이 곳에 온다.

교황님이 살고계신 가톨릭의 본산. 바티칸 시국.

 

 

 

이렇게 하얀기둥으로 둘러쌓여있는데

어떤 지점에서 보면 두 줄로 겹쳐진 이 기둥들이 하나로 보인다고 한다.

내가 간 날에는 비가 온 날. 나름 운치있었다. 좀 추웠지만.

바티칸 역시 나라인지라 이 곳에 들어가기 위해서 검문검색을 거쳐야한다.

 

 바티칸에 살고계신 분들은 바티칸시국에서 만들어진 여권이 따로 있다.

한국인수녀님, 신부님 수도사님들도 계신다.


 

 


뒤에는 성베드로대성당.

성당 앞에는 베드로의 동상이 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열두제자 중 한 사람으로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 초대 주교가 된 사람이다. 말하자면 첫번째로 예수님의 말씀을 전파한 사람. 이 성당이 가장 오래되었다거나 가장 큰 성당은 아니다. 하지만 교황님이 살고계신 바티칸에 있는 대성당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검문검색을 지나 성당을 마주하고 있으면 그 압도적인 크기에 눌려버린다. 무엇보다도 성당 위에 있는 성인들의 동상이 마치 우리 모두를 내려보는 것 같아 괜스레 겸손해진다. 아니면 쫌 쫄리던가.

 

 

성 베드로 대성당.

위에 있는 열두제자의 동상과 예수님의 상이 가히 압도적이다.

이탈리아 곳곳을 다니면서 수많은 성당들을 보게 되는데 대리석으로 지어진 성당들을 보면 '와'하고 감탄을 하게 되지만 사실 이런 대성당들의 건축자재는 로마유적지에서 빼온 것들이 많다. 판테온신전이나 콜로세움을 3D로 복원해놓은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가히 어마어마한데 지금 상처가 난 듯 곳곳이 패인 흔적들은 가톨릭 교회도 크게 한 몫했다고 봐야한다. 유적지의 건축자재를 뜯어와서 오늘 날에는 또다른 유적들을 만들어냈다.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 베드로의 상징은 예수님이 주신 천국으로 가는 문의 열쇠이다. 바티칸시국도 베드로의 상징인 열쇠의 모양을 본 따 지어졌다. 베드로대성당의 쿠폴라에 올라가보면 열쇠모양이 또렷하게 나타난다. 

 

 

 


성당내부. 정말 으리으리하다. 밝지않은 조명덕분에 더 숙연해진다. 천연의 재료들을 이용해 이런 성당을 만들어냈다. 어느 부분하나 위엄이 서리지 않은 곳이 없다. 쿠폴라에서 내려오는 빛이 더욱 성스럽게 느껴진다.


 

 


걸작 중의 걸작.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이건 정말 감동이었다. 축 늘어진 예수님을 표현한 것이나, 성모마리아의 얼굴, 옷깃 등 어느 것 하나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다. 걸작 중의 걸작이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미술책에서 느껴지는 감정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것은 정말 피에타 (애통 그러나 자비)이다. 여기에 와서 피에타 하나만 보아도 여기에 온 이유가 충분해질 것이다.


 

 

 

 

 

 

 


곳곳에 이렇게 화려한 조각상들과 그림이 있다. 여기에 있는 작품들 모두가 중세 이후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작가들이 만들어놓은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는 다르게 성스러움보다는 위엄이 느껴진다. 그냥 대단하다는 말 밖에. 뭐랄까, 권위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사방에서 빛이 들어오게 설계된 쿠폴라.

성당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모든 곳을 비출 수는 없지만 쿠폴라 밑에 있는 제대를 더욱 신비스럽게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성당을 나와 왼쪽으로 돌아가면 쿠폴라를 올라갈 수 있다. 규모가 엄청나다. 벽은 모자이크화로 되어있다. 아래를 내려보면 아찔하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저렇게 안전벽이 설치되어 있어도 멀찌감치 떨어져서 다녔다. 밑을 내려다볼 생각은 하지도 않음..

 

 

 

 

쿠폴라의 천장화.

나는 천장화를 그리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천장화를 그리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고개를 꺽어서 그려야 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어깨죽지가 당겨온다. 이건 정말 어마어마한 작업이다. 저런 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종교의 위엄을 얼만큼 가장 잘 표현하느냐가 예술이었던.


 

 

 


맨 꼭대기까지 올라가기 위해서 두가지 방법이 있다.

1. 엘리베이터 조금 타고 가다가 + 계단 엄청 걸어서 올라가기

2. 계단만 엄청엄청 주구장창 걸어서 올라가기.

 

요금도 다르다. 아마 1번은 7유로, 8유로 했던 것 같고 2번은 5유로 정도이다.

사실 계단을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좁은 나선형 계단 때문 엄청 어지럽다는 사실.

나는 계단 오르면서 멀미해보기는 처음이다. 나름 나선형 계단 좀 다녀봤다고 자부했었는데 바티칸의 나선형 계단은 인정.

엄청 어지럽다. 엘리베이터를 탄다고 해서 좁고 끝이 안보이는 나선형 계단을 오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바티칸의 가장 높은 곳에서 전체를 내려다보기 위해서는 누구나 다 밟아야 한다.

 

 

 


위에서 바라다보는 바티칸. 바로 저 오른쪽 옆으로 네로의 대전차 경기장이 있었을 것이다. 열쇠모양이 언뜻 보이나? 조금 상상력을 발휘하면 천국으로 가는 베드로의 열쇠가 보일 것이다. 그리고 흙탕물의 테베레강이 보인다. 로마인의 젖줄이다. 바로 저 테베레강에서 로마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식수를 공급했다. 죽 뻗은 도로도 보인다. 도로하면 또 로마인을 빼놓을 수 없다. 정말 도로를 잘 깔았던 민족이었으니까. 로마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중에 차차 풀기로하고, 오늘은 바티칸에서 바라보는 천국의 열쇠와 로마의 시가지들을 감상해보는걸로. 높지않은 빌딩 덕분에 마음까지 시원하다.

 

 

꼭대기를 한바퀴 빙 둘러가면서 바티칸 전체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교황의 개인정원도 보이고 여러채의 건물도 보인다. 확실히 작은 나라이다. 하지만 교황님이 있다는 사실 때문일까? 어마어마하게 느껴진다.


 

 


내려올 때의 길은 다르다. 이렇게 걸어서 내려오다보면 왼쪽에 성물을 파는 가게가 있고 직진을 하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데, 이 엘리베이터는 표가 없어도 그냥 다 태워준다. 왼쪽의 성물가게에서는 교황님이 축복을 내리신 성물을 팔기도 한다. 하지만 물어보고 사야한다. 주교님이나 신부님이 축성하신 선물도 있다. 바티칸의 성물들은 밖에서 파는 성물들보다 비싸다.ㅠ 같은 것인데도 조금 더 비싸다. 그렇지만 나같은 천주교인에게는 확실히 의미있다. 그래서 나도 선물용으로 좀 많이 질렀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수녀님도 계시다고 했는데 나는 보지 못했다.

1층에도 기념품가게가 있는데 거기에서 몇 번이나 이거 교황님이 축성하신게 맞냐고 물어보고 확답을 여러차례 듣고야 성물을 샀다. 뭐,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같은 가격이라도 확실히 천주교도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겨울에 간 덕분에 많이 기다리지 않고 쿠폴라에 오를 수 있었다. 여름에는 정말 한시간이 넘게 줄을 서야한다고 한다. 오늘의 포스팅에서는 비를 머금은 바티칸의 모습을 보여줬으니 5월에 다시 가게 되면 맑은 날씨의 이 곳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