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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뭘까요

용산텃밭 : 작은 수확



귀여운 애기당근. 잘근 씹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 당근씨를 줄뿌림했더니 엄청 빽빽하게 자랐다. 조금 클 때까지 기다렸다가 오늘 드디어 솎아주기를 했다. 물에 씻어서 먹었더니 엄청 연하고 맛있다. 그냥 쌈장에 찍어 먹기에도, 샐러드로 해먹기에도 딱이다.



이렇게 빽빽하게 자란 쌈채소도 솎아주었다. 빽빽한 채소 맨 마지막이 당근.



그리고 씨를 받아두려고 남겨놓은 시금치.
왼쪽이 암꽃, 오른쪽이 숫꽃. 숫꽃에서는 씨를 받을 수가 없다. 그냥 꽃만 핀다. 왼쪽 암꽃에 뾰족뾰족한 꽃에서 씨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숫꽃은 모두 뽑아버렸다. 토종시금치라서 아주 핀 꽃이 아니라면 꽃도 뿌리도 모두 먹을 수 있다. 지금은 너무 피어버려서 먹기에는 식감이 조금 별로일 듯. 이주 전 수확할 즈음에 조금 핀 꽃만으로는 암수를 구분할 수가 없어서 조금 두었더니 암꽃보다 숫꽃이 더 많은.....





지난 주에는 완두콩에 지줏대를 세워줬는데, 이번에는 강낭콩에 세워주었다. 일자 지줏대를 꽂고 지그재그로 끈을 묶었다. 이 끈을 잡고 무럭무럭 자라길.



아욱씨가 날라온 상자텃밭에는 대파를 심었다. 대파는 나에게 완전 효자 작물.

메리골드도 솎아주었다.



물을 주려고 물통을 봤더니 띠용. 올챙이가 갇혀있었다. 용산가족공원에는 농업용수로 쓰이는 작은 연못이 있는데 개구리들이 여기에 엄청 알을 놓았나보다. 누군가가 물을 뜨다가 올챙이가 들어왔을테고, 미처 연못으로 보내주지 못했나보다. 한마리는 말라서 죽어있었고 다른 놈들은 용케 살아있었다. 정말 깜놀. 그래서 연못에 다시 풀어주었다. 용산가족공원에는 정말 여러 동식물들이 산다.



오늘 잠깐 들었던 상자텃밭 밑에는 무려 맹꽁이 세 마리가 살고있었다. 지렁이는 말할 나위 없이 많이 살고, 인간에게는 벌레라고 불리우는 녀석들도 많이 산다. 개미도.

용산가족공원을 이루는 모든 생명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살며 농사를 지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내가 농사짓는 작물에 방해가 되는 녀석들, 곤충들과 풀들을 쫓아내거나 뽑아내면서도 이게 맞는건지, 틀린건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직업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의 마음이야 이해를 하지만, 도시에서 생태계의 순환과 다양한 생명들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도시 농부는 어떤 마음으로 농사를 지어야할까?

수확이 조금 적더라도, 나와 뭇생명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농사를 고민해보아야겠다. 용산가족공원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물통 안 올챙이를 눈여겨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작물들도 이제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간의 땀도 중요하지만 햇빛과 바람과 비의 힘을, 작물의 생명력을 믿어볼 차례가 왔다.



텃밭을 떠나는 길에 발견한 꼬꼬마동산. 용산가족공원 옆 한글박물관 앞 잔디밭이다. 오늘도 평화로운 용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