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도착 :)

알마티 국제공항.

 

알마티에서의 나날들이 하루하루 지나가고 이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날아가는 날이다. 블라디보스톡을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좀 더 크다. 사실 추운 알마티의 날씨는 나랑 맞지 않았다. 알마티에서는 안 좋은 일들도 있었고.. 그래서인지 빨리 알마티를 떠나고 싶었다. 그러면 나의 우울한 기분들과 버거운 상황들이 모두 해결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 스스로 너무 준비가 안되었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고 아무튼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굉장히 신경쓰였다. 그래서 또 굉장히 예민했고. 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었다.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는 키르기스스탄과 더불어 전에도 너무나 와보고 싶었던 나라이다. 중아아시아의 거대한 산맥들의 사진을 보고 첫눈에 반해서 언젠가는 꼭 가고말꺼라고 다짐했었고 이렇게 기회가 왔는데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 같다. 여행하는 순간순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늘 마음껏 보고 즐기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너무 예민했다. 알마티를 떠나는 날에는 설상가상으로 몸까지 아파버렸다. 어서빨리 따뜻한 나라, 우즈베키스탄으로 가고 싶었다. 늘 겹겹이 입어서 답답한 이런 옷들을 벗어 던져버리고 싶었다, 확실히 겨울은 여행하기에 좋은 계절은 아니다. 추위를 잘 타는 나에게는 더더욱!

 

 


 우리가 타려고 하는 비행기의 뒷 쪽으로 설산이 보인다. 천산. 알마티의 성스러운 산이다. 산을 너무 좋아하지만 떠나는 발걸음이 아쉽지는 않다. 아쉬우면 아쉬운대로 뭐, 나중에 다시 오지 뭐. 그 때는 정말 준비도 잘하고 계획도 잘 짜서 며칠동안은 그냥 산에서 기타만치고 노래만 부르고. 밤에는 별을 보면서 음악을 듣는 시간만 가져야겠다. 며칠 동안. 그런 시간이 너무 늦지않게 오길 바라며, 안녕.

알마티에서 타슈켄트까지의 국제선비행은 1시간 30분정도 소요된다. 요금도 100불 내외로 짧은 비행시간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비싼편은 아니다. 에어아스타나를 이용했다. 음료수도 주고 간단한 스낵도 준다. 기내에는 잡지도 있다. 심심해서 펼쳐든 잡지에 웬지 익숙한 사진들이 나와있다. 오잉, 제주도다! 세계자연유산 제주도에 대한 설명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소개되어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는 않지만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내가 바로 이런 곳에 살았던 제주도 사람이다. 으하하하하하. 천산이 아무리 좋고 알마티 거리의 나무들이 아름다워도 역시 내 고향만큼 좋은 곳은 없다.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하고 나면 입국카드를 써야한다. 외국인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외화도 모두 써야한다. 카자흐스탄도 우즈베키스탄도 모두 구소련에서 독립한 독재국가이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나라이지만 나라의 성향은 너무나 다르다. 빠르게 발전해나가고 있는 카자흐스탄에 비해서 우즈베키스탄의 발전속도는 더디다. 그렇기 때문에 외화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중요하다. 내가 가지고 온 외화는 반드시 어떻게든 이 나라에서 써야만 한다. 1,000달러를 갖고와서 1,000달러 신고를 하면 나갈때 내가 가지고 있는 달러는 반드시 1,000달러 미만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차가 굉장히 복잡해지고 가지고 있는 돈을 벌금으로 내야하는 불상사가.... 달러를 우즈벡 숨으로 바꾼 후 숨이 남아서 달러로 바꾸려고 하면 절대 못바꾼다. 이미 달러를 숨으로 환전할 때 숨을 달러로 바꿔주지 않는다는 내용이 표기되어 있고 싸인을 해야만 한다. 외화가 이 나라 밖으로 나가는 것은 꽤 민감한 문제이다. 또 외국인은 반드시 거주등록을 해야한다. 머무르는 호텔에서 거주등록을 대행해주며 등록증을 주는데 절대 버리지말고 잘 가지고 있어야한다. 이런 몇가지 행정상의 복잡한 절차만 제외한다면 우즈베키스탄은 여행하기에 참 좋은 나라이다. 멋진 나라이기도 하고.

나는 도착하자마자 아팠다. 버스가 올 때까지 벤치에 거의 기절하다시피 누워있어야만 했다. 복잡한 절차에 진이 다 빠졌다. 알마티를 빠져나오면서 긴장이 조금 풀리기도 했나보다.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해서 먹은 첫 음식은 쁠롭. 기름에 여러가지 재료를 넣어서 볶은 기름볶음밥이다. 속이 안 좋은 탓인지 기름진 볶음밥이 잘 넘어갈리가 없지만 떠별들은 맛있게 먹고 또 먹는다.

  

 

  

쁠롭은 이렇게 커다란 솥에 공기반 재료반으로다가 남자가 아주 잘 섞어줘야 최고로 친다고 한다. 아마 솥이 크니 남자요리사가 더 능숙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나라에 오니 너무 행복하다. 길도 널직하고. 너무 좋다. 알마티에서는 길에서도 외제차들을 많이 봤는데 여기 타슈켄트에서는 이렇게 오래된 클래식한 차들이 많이 보인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경제력차이가 이런 곳에서도 나타나지만 사실 나는 타슈켄트의 이런 풍경들이 더 좋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자신의 자가용으로 택시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따로 택시표시가 없더라도 길가에 서서 손을 흔들며 멈춰주는 차들이 다 택시라고 보면된다. 그리고 원하는 곳을 말하고 가격을 흥정해서 가면된다. 이렇게 자가용으로 생업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라 차는 우즈벡사람들에게 중요한 생계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내릴 때 무심코 차문을 세게 닫는다거나 하면 화를낸다. 차가 곧 재산이니. 한국의 차들도 역시 많이 보인다. 특히 마티즈. 또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한국말을 하는 아저씨들도 많다. 한국으로 이주노동을 떠나셨다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신 분들이다. 이런 분들중에는 한국에서 번 돈으로 차를 타서 택시영업을 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K-Pop을 너무나 사랑하는 우즈벡의 십대들, 한국어를 곧잘하는 학생들. 확실히 우즈벡에서의 한국의 의미는 조금 남다르다. 하지만 나는 부끄럽게도 그들이 한국에 대해 가진 애정에 비해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김태희가 밭가는 나라, 티무르의 제국으로만 알고 있는게 전부이다. 날씨만큼이나 따뜻한 나라에 대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이 나라와, 이 나라의 사람들과, 이 나라의 문화를 보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