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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네팔&히말라야

ABC 트래킹 2일차 : 포타나 - 데우랄리 - 란드룩

201217일 토요일 비조금, 구름

 

 

코스 : 포타나 - 데우랄리(2100m) - 란드룩(1700m)

 

 

계단이 있는 오르막에서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다른 부분은 괜찮은데 오르막에서 속도가 너무 떨어진다. 그리고 내리막은 진짜 힘들다. 어쨌든 오늘도 길지 않은 산행을 하고 모든 일정을 끝내고 혼자 식당에 앉아 있다. 낮에 빗방울이 잠깐 떨어지고 구름이 끼더니 지금은 조금 개인 것 같다. 달이 너무 밝아서 히말라야가 보인다. 아직도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몸은 고단했지만 오늘 가지 엉클이 말했다. "without pain, no gain“

 

 

 

 

아침에 일어나서 맞이하는 히말라야는 너무 멋있었다. 밤새 고단함이 아침의 히말라야뷰로 한 방에 다 날아갔다. 안나푸르나가 보이고 마차푸차레가 보인다. 행복했다. 발걸음조차 가벼웠다. 어느 덧 숲 속으로 들어오고 힘들어졌다. 그래도 죽을 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어깨 통증 때문에 불편했지만 견딜 만 했다. 점심 내내 기타를 치고 조금 걷다보니 어느새 거의 도착이란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모닥불 앞에서 놀고 가지엉클과 대화. 그러다보니 어느 덧 10시다.

 

여럿이 있는 것도 좋은데 이렇게 혼자있는 것도 좋다. 달빛이 너무 밝아서 신비롭다. 하얀 히말라야가 신비롭게 우뚝 서 있다. 언제나 저렇게 같은 자리에 존재하는데 비가 오고 구름이 끼면 영영 나타나지 않을 것처럼 모습을 감추는 까닭에 애가 탄다. 오늘 아침처럼 황홀하게 내일도 그렇게 있어주면 좋겠다.

 

이제 우리는 히말라야에 하루 만큼 더 가까워졌다. 단숨에라도 갈 수 있을 것만 같은데 3일은 족히 더 가야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에 도착한다.

 

이상한 착시현상 중 하나는 걷다가 먼 산을 바라보면 산이 멀어져버리는 것인데 히말라야는 그렇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 있다. 그래서 내가 그냥 내 두 발로 걷는다. 더 가까워 지려고. 그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

 

달빛 아래 히말라야.

내일은 촘롱 가는 날. 굉장히 고된 코스라고 유명하지만 난 가지 엉클이 말한 것 처럼 오늘은 오늘의 히말라야를 즐기려고 한다. 가지 엉클은 우리가 내일은 힘든 코스냐고 물어보면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오늘을, 지금을 생각하고 즐기라고 한다. 백번 맞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데 내일 힘들 것을 생각하면 내일의 걱정이 지금의 행복의 자리를 차지해버리니까.

오늘, 지금 이순간. 달빛 아래 히말라야.

롯지에 사람들이 모두 들어가서 잠든 후 나 홀로 식당에 앉아 이 일기를 쓰고 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가는데 그냥 들어가기가 아쉬워 다시 한번 달빛에 빛나는 히말라야를 마주했다.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무엇 때문에 무서운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무서웠다. 저 설 산에 홀로 있으면 어떨까 하는 두려움이 확 올라왔다. 방 안으로 들어와서 창문의 커튼을 쳤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로운데 그만큼 너무 무서웠다. 눈 뜨면 창문으로 히말라야의 설산이 보이는데 도저히 무서워서 히말라야를 창문에 보이게끔 두고 잘 수가 없었다.

 

 

이미 일기를 다 쓰고 난 후 생각한 것이라 일기에는 미처 적지 못했지만 다시 한 번 그 날 느꼈던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서 한번 더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