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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네팔&히말라야

ABC 트래킹5일차 : 도반 - 마차푸차레

2012110일 맑음

 

구간 : 도반 -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 (MBC - 3700m)

 

 

 

어제 계속해서 내린 눈 때문에 오늘 가지는 못할까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 날이 개었다. 한국인 5명에게 아이젠도 빌리게 되어서 걱정 한시름을 덜게 되었다. 강원도에 오셨다던 아저씨 두 분이 본인이 착용하시던 아이젠 두개를 빌려주시고 전라도 어느 절에서 오셨다던 세 분이 포터가 쓸 아이젠만 빼고 자신들은 조심해서 내려가시겠다며 아이젠 3개를 선뜻 내어주셨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내려가는 길도 눈이 쌓여있었는데 ABC까지 가는 우리들을 위해서 힘든 길을 자처하신 것이다. 조심히 내려가셨을까.

 

우리 일행은 15명이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다 아이젠을 착용하지는 못했고 자주 넘어지는 어린 여학생들 위주로 아이젠을 돌렸다. 그리고 남자아이들과 나와 평화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밧줄로 발을 묶어서 갔다.가지 엉클이 밧줄을 잘라 그래도 폼나게 밧줄 아이젠을 만들어주셨다.

 

밤새 눈이 소복히 내려서 참 예쁘다.

 

어젯 밤에는 내 산행의 비장의 무기 테이핑을 무릎에 하고 잤다. 빌린 두툼한 패딩을 침낭 안에 넣고 자니 따뜻해서 살만했다. 어쨌든 아이젠도 없이 여기 MBC까지 왔다. 약간의 어지러움과 머리가 띵한데 아이들이랑 실컷 노래하고 나니 조금 없어졌다. 고산병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염려된다.

 

올라오는 마지막 즈름에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잘 때 단단히 여미고 자야겠다. 눈이 내린 날 부터 모자를 쓰고 한번도 안 벗었다. 모자를 벗는 순간 한기가 몰려올 것 같은 두려움에..

 

 

 

 

MBC까지 오면서 정말 멋진 광경들을 많이 보았다. 특히나 데오랄리 - MBC 구간에서 보이는 안나푸르나는 너무 멋져서 쓰러질 지경이었다. 마차푸차레가 보이고 안나푸르나고 보이고 구름이 내 옆에 있었다.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게 왔다. 엄마, 아빠랑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빨리 가는 것을 포기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여유롭게 MBC까지 갔다. 내려올 때 날씨가 안 좋아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 날씨 좋을 때 많이 찍어두어야 겠따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께 촘롱에서 밤에 보았던 하얀 히말라야 속에 내가 들어와있다. 꿈같은 일이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너무 쉽게 일어나서 잠깐 '이게 꿈이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호주행 비행기표 까지 끊어놓고 일주일 전에야 결정하게 된 여행이었다. 여행의 99%는 히말라야 때문이었다. 꿈을 꾸는건 아니겠지? 언제나 상상만 하던 그 히말라야 속에 내가 들어와 있다. 온통 하얀 눈과 거대한 절벽 속에서 도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너무 좋아서.

 

두통이 지속되어서 내가 ABC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지만 어쨌든 나는 약 없이 지금 고산병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난로를 틀어서 굉장히 따뜻한데 방에 들어가기가 무섭가. 오늘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이 순간을 즐기자.

그리고 제발 내일 날씨가 좋길!